3대째 가업 이은 진정하 씨
옛 건물 새단장… 재오픈
오픈 첫날 손님들로 ‘북적’
“누구나 좋아하는 빵 만들 것”

옛 시절의 빵집은 낭만이 깃든 데이트 공간 혹은 다정한 친구와의 수다가 만발했던 ‘만남의 장소’였다. 그런 의미에서 빵집이 갖는 상징성은 단순히 먹을거리를 파는 곳을 넘어 추억과 향수 그 자체다.

최근 포항에 이러한 시민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빵집이 다시 부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포항 구도심에서 수십 년간 꿋꿋하게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동네 빵집인 ‘시민제과’가 다시 문을 연 것.

시민제과는 중앙상가 북포항우체국 인근 옛 자리에서 새롭게 건물을 단장하고 16일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개점 당일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일찍부터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옛 추억을 기억하며 건너건너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

직원들이 빵을 진열하기 무섭게 내놓은 제품은 순식간에 동났고 오후까지 몰려오는 손님들로 매장은 내내 북적였다. 실로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실감 나는 광경이었다. 손님들은 빵을 구경하면서 옛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추억을 꽃피우고 있었다.

이날 죽도동에서 왔다는 한 어르신은 “시민제과가 다시 문을 열었다기에 옛 생각이 나서 아내와 함께 빵집을 찾았다”며 “젊은 시절 생각도 나고 반갑다”고 말했다.

지난 1949년 해방 직후 육거리 인근 ‘시민옥’으로 문을 열고 1959년 ‘시민양과홀’이라는 이름으로 현 자리로 이전한 시민제과는, 1960년대 정식으로 ‘시민제과’라고 명칭을 바꾼 후 1963년 포항의 1호 제과점으로 등록했다.

이후 수십 년간 포항시민들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해왔으나 대형 프랜차이즈의 공세와 도심공동화 현상 등으로 지난 2006년 문을 닫게 돼 안타까움을 산 바 있다.

당시 시민제과 창업주인 고(故) 진석률 대표의 뒤를 이어 둘째 아들 진상득(70) 씨가 2대째 빵집을 운영했고, 이번에는 진상득씨의 아들 진정하(36)씨가 3대째 가업을 이어받아 시민제과의 부활을 이끌어 냈다. 그는 과거 시민제과의 명성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고자 르꼬르동블루 서울 분교에서 제빵 과정을 마치고 프랑스 파리 소재 명문요리학교 ‘에꼴 페랑디 (ecole ferrandi)’에서 제과 과정을 수료하는 등 국내 유명 제과점에서도 연수하며 연구에 몰두했다.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전통 빵과 더불어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젊은 감각의 빵을 함께 선보여 세대, 성별 구분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빵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진정하 대표는 “옛 시민제과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고 좋은 빵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컸으나 오랜 고민 끝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포항 시민들은 이번 ‘시민제과’의 부활이 침체된 중앙상가의 회복 및 도심공동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더불어 포항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라 관광 활성화를 이끌어 낼지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 대전, 순천, 전주 등 사람들의 발을 이끄는 유명 관광지에는 그곳을 대표하는 오래된 빵집이 ‘랜드마크’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 대표는 “다시 출발하는 시민제과는 포항시민들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면서도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제과점이 되도록 하겠다”며 “포항시민뿐만 아니라 포항을 방문하는 누구든지 시민제과를 떠올리며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