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의 재발견

▲ 지난해 ‘영덕 송이장터’를 찾은 관광객들이 송이버섯으로 만든 요리를 맛보고 있다.

경제적 발전은 사람들의 ‘먹을거리 선호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단 자신이 먹는 음식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미식가(美食家)가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수의 한국인들이 이제 ‘양’보다는 ‘맛’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세태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 하다. 지난달 업무 때문에 서울을 찾았다. ‘미식가’의 순위를 정하라면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을 사진작가 하나와 방문한 강남의 레스토랑. 트러플(Truffle·유럽산 송로버섯)을 올린 파스타가 나왔다.

향기 하나만으로도 포크를 든 사람 모두를 매혹할 만했다. 허겁지겁 그걸 먹는 기자를 웃으며 지켜보던 사진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맛있지? 근데 아무리 품질 좋은 트러플도 송이버섯 향기만은 못해. 왜냐고? 송이버섯은 우리에게 보다 친숙하잖아.”

거기에 이런 대꾸를 내놓을 수 있었던 건 기자가 경상북도에 사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 곧 열릴 영덕 송이축제 오셔야겠네요. 향기만으로도 배부를 테니.”

전국 송이버섯의 1/3 영덕 생산
기온 등 송이 생장의 최적환경 자랑
17일부터 ‘2018 영덕 송이장터’
직거래마당·시식·체험 등 즐길거리 다양

◆ 영덕의 송이버섯은 ‘숲속의 로또’

짙푸른 바다와 청정한 산이 조화를 이룬 영덕군은 최상품의 송이버섯이 생산되는 곳으로 오래 전부터 이름을 알렸다. 여름철에는 잦은 비가 내리고, 여기에 타 지역에 비해 기온이 낮은 영덕은 자연산 송이의 고향으로 수백 년 전부터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송이버섯을 성장하게 하는 생육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6월에는 3~4일마다 비가 내려줘야 하고, 기온은 20~23도를 오르내려야 한다. 여기에 송이가 자라기 좋은 산 속 환경까지 갖춰야 하는 것.

영덕군은 해마다 2~3t의 송이버섯을 채취농가로부터 구입한다. 이는 농민들의 주요 수입원인 동시에 영덕군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것을 막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우윳빛의 매끈한 몸체에 동그랗게 자리한 머리 부분. 쫄깃한 식감과 매혹적인 향기를 지닌 영덕의 송이는 가을마다 한국 미식가들을 설레게 한다.

영덕군청의 공무원들은 말한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송이버섯의 1/3이 우리 고장에서 나옵니다. 사실 영덕 송이는 군(郡)의 보물을 넘어 한국의 보물이지요.”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게 조그만 지역사회의 경제상황이지만 영덕은 송이 덕택에 이런 걱정에서 훌쩍 벗어나기도 했다. 한국의 전체 경기와 상관없이 송이버섯이 나오는 계절이면 영덕의 송이요리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송이버섯에 곁들일 쇠고기를 판매하는 정육점까지 호황을 누린 것. 이를 반영하듯 해마다 9~10월이면 공중파와 케이블방송 PD들이 송이와 관련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영덕군을 찾는다. 이른바 ‘송이버섯 로드의 탐구’다.

오랜 세월 송이를 채취해온 영덕읍의 이상범 씨는 “송이 생산량이 늘면 영덕 사람들의 웃음도 환해진다”는 말로 송이버섯이 자신의 고향에 미치는 영향력을 시적(詩的)으로 설명했다.

◆ 영덕 송이가 맛있는 이유는 뭘까

한국 최대의 송이 산지인 영덕군. 군청 산림자원과 관계자는 ‘영덕 송이버섯이 맛있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송이가 잘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알아야 한다. 영상 17도 내외의 기온에서 송이버섯은 가장 잘 자란다. 또한 8월을 시작으로 9월과 10월에 생육의 90%를 이루는 게 송이다. 영덕은 이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춘 지역이다. 앞으로도 영덕군은 정확하고 치밀한 과학적 조사와 연구를 통해 영덕 송이의 품질을 최고로 유지하려는 노력에 게으르지 않을 것이다.”

사실 송이버섯은 경상북도와 강원도에서 대부분 자라고 채취된다. 전국 송이 생산량의 92%가 이 지역에서 나오는 것. 현재는 각종 환경적 영향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앞서 언급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낮아지는 송이 생산량을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영덕군은 올해 봄 산림청 공모사업에 선정돼 ‘임산식·약용버섯연구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비 5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통해 영덕군은 지품면 삼화리에 연구시설과 유량종균 배양시설, 버섯 시험재배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송이를 포함한 버섯 생산기술의 첨단화를 지향하며 ‘송이버섯 최대 생산지’ 영덕의 위상을 이어갈 중심 역할을 하게 된다.

영덕군청 산림지원과장인 권오웅 씨는 “임산식·약용버섯연구센터의 유치는 영덕군이 ‘버섯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이버섯 채취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려온 영덕 농민들도 “송이버섯의 시장 확대와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 농가 수입 증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연구센터의 건립을 반기고 있다.

▲ 지난해 ‘영덕 송이장터’를 찾은 관광객들이 송이버섯으로 만든 요리를 맛보고 있다.
▲ 지난해 ‘영덕 송이장터’를 찾은 관광객들이 송이버섯으로 만든 요리를 맛보고 있다.

◆ 많은 이들이 기다려 온 ‘2018 영덕 송이장터’

지난해 펼쳐진 영덕 송이장터는 지역민과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행사장을 찾은 군민들은 “영덕의 소득증대와 홍보에 이만한 역할을 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송이버섯을 맛보고 구입한 관광객들은 “평소에는 먹기 힘든 송이가 소량으로 포장돼 판매되기에 우리도 그 풍미를 즐길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영덕군청은 매일 행사장을 찾아 철저한 관리를 통해 상거래 질서를 바로잡고, 송이의 등급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일소시켰다.

송이와 함께 판매된 쇠고기, 오징어, 고추, 각종 과일도 영덕 생산농가의 소득을 높여줘 농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와 관련해 영덕군청은 “앞으로도 장터 운영의 문제점을 개선해 우리 군에서 생산된 송이의 명품화와 산업화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은 바 있다.

그 약속은 올해도 지켜진다. 오는 17일부터 시작돼 내달 21일까지 35일간 펼쳐질 ‘2018 영덕 송이장터’가 바로 그 현장이다.

영덕읍 경동로에 위치한 영덕군민운동장과 ‘사랑해요 영덕휴게소’ 일원에서 진행될 이번 송이장터는 송이 직판장과 농·수·임산물 판매장이 열릴 직거래마당, 송이 불고기와 송이 칼국수 등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마당, 송이차 시식과 송이 깎기 목공예 체험이 진행될 체험마당 등으로 구성됐다.

보다 상세한 ‘2018 영덕 송이장터’ 관련 내용은 영덕군 홈페이지(http://www.yd.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행사에 대한 문의는 영덕군청 산림자원과(054-730-6315~6317)로 하면 된다.

▲ 송이버섯을 조심스럽게 채취하고 있는 영덕군 농민.
▲ 송이버섯을 조심스럽게 채취하고 있는 영덕군 농민.

이벤트성 축제 탈피해
송이직판 실속 장터로 탈바꿈

전국 최다 생산량은 물론, 맛과 향에서도 빼어난 송이를 생산하는 영덕군. 이를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선보이는 ‘송이장터’는 영덕군이 진행하는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산자 직판을 통한 채취 농가의 소득 증대’와 ‘송이를 이용한 새로운 먹을거리의 개발과 보급’이란 목표 아래 펼쳐진 지난해 ‘송이장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실수와 미비점을 개선해 ‘송이장터’를 보다 내실 있는 축제로 성장시키려는 영덕군의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해 송이장터는 이벤트성 축제를 탈피한 송이 직판 중심의 실속행사,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직거래 장터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영덕 송이버섯의 전국적 홍보 등을 슬로건으로 추진됐다.

영덕군 산림자원과는 ‘2017 영덕 송이장터 운영 결과’를 데이터화 해 올해 펼쳐질 ‘2018 송이장터’가 진일보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TV와 신문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 송이장터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주변 환경 조성, 목재를 이용한 자연친화적 홍보물 설치, 송이 직거래 부스의 확대 등이 이미 전문가들의 논의 과정을 거쳐 구체화에 들어갔다. 특히 올해는 송이차와 송이빵, 송이 불고기 등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체험 부스가 더 많아진다.

여기에 송이버섯과 함께 ‘영덕의 특산물’로 불릴 수 있는 다양한 농수산식품을 판매하는 장터도 세워질 예정이다.

‘2018 영덕 송이장터’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영덕군청 관계자들은 “올해 송이장터는 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이 중심이 되는 주민참여형으로 진행될 것이고, 축제 기간 중에는 다채롭고 흥미로운 문화행사도 함께 진행될 것”이라며 “송이와 함께 향기로운 가을을 맞이하고 싶은 분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