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4파전 VS 할리우드 화제작 대결
화려한 볼거리·멀티 캐스팅 신작영화 ‘눈길’

가족의 정(情)을 어느 때보다 진하게 확인하는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다. 추석 하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오랜만에 두터운 정을 나누는 때다. 가족들의 손을 잡고 바쁜 일상에 치여 미뤄놓은 최신 영화를 관람하러 영화관을 찾아보자. 가족간의 사랑은 물론 이 가을이 더욱 웅숭깊어질 것이다. 이번 추석 연휴 극장가 상차림은 한국영화가 대세다. 특히 명절 연휴를 앞두고 국내 4대 투자배급사가 각각 내놓은 영화 네 편은 200억이 넘는 제작비와 화려한 볼거리, 그리고 멀티 캐스팅으로 흥행예감을 낳고 있다.

조인성, 조승우, 김명민, 현빈을 메인 주인공으로 내세운 ‘물괴’와 ‘안시성’, ‘명당’, ‘협상’이 주인공이다.

한국 영화 네 편의 각축전이 예상되는 이번 추석 극장가는 ‘서치’가 복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하게 할리우드 영화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흥행 역주행을 달리고 있다.

▲ 물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물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극판 괴수 영화 ‘물괴’

‘물괴’(허종호 감독)는 사극판 괴수 영화라는 혼합 장르에 액션과 유머, 볼거리 등을 고루 갖췄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장 먼저 개봉했다.

총제작비 125억원이 투입된 이 작품 주인공은 역시 괴수다. 영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 ‘머리가 둘에 눈이 넷인 암퇘지’ 등으로 괴수가 묘사됐다. 제작진은 이런 기록을 토대로 전설의 동물인 해태의 형상에서 물괴의 모습을 발전시켰다고 한다.

▲ 물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물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역병을 품고 있어 몸 전체가 붉은 종기로 덮여있고, 눈이 퇴화한 괴수는 지붕과 절벽을 빠른 속도로 오르내리며 마구잡이로 사람을 공격해 집어삼킨다. 컴퓨터그래픽이지만 이물감 없이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중종 22년, 아무도 본 적 없는 거대하고 위협적인 존재가 나타나 백성들을 해치고 한양 도성을 위협해 온 나라가 공포에 빠지게 된다. 물괴라 불리는 이 존재와 마주치게 되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역병에 걸린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 것이다.

물괴의 존재를 믿을 리 없는 중종은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고자 하는 영의정과 신하들의 계략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과거에 내쳤던 내금위장 윤겸과 그의 부하 성한을 궁으로 불러들여 물괴를 토벌할 부대를 조직한다. 그렇게 물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떠나게 된 토벌대는 소문이 만들어 낸 허상인 줄로만 알았던 물괴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 ‘안시성’. /NEW 제공
▲ ‘안시성’. /NEW 제공

△전쟁 액션 영화 ‘안시성’

‘안시성’은 화려한 스펙터클에 감동까지 갖춰 올추석 최대 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안시성’은 당나라 20만 대군을 상대로 5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88일간 싸워 승리를 끌어낸 고구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과 군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전쟁 액션 영화다.

지난 2017년 1월 개봉한 ‘더 킹’ 이후 약 1년 반 남짓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조인성의 열연이 돋보였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 역을 맡아 그간 스크린에서 보여준 전쟁 영웅과는 다른 인물을 완성해냈다.

▲ ‘안시성’. /NEW 제공
▲ ‘안시성’. /NEW 제공

사실 안시성 전투는 사료에 거의 나와 있지 않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간략히 언급돼 있을 뿐이고 양만춘이란 이름도 조선후기 야사에 보일 뿐이다. 영화는 남아있는 사료를 바탕으로 고증과 상상력을 덧대어 전쟁 블록버스터로 완성했다.

6천명이 넘는 보조 출연자와 정교한 촬영이 가능한 로봇암 등 각종 첨단 특수 촬영 장비가 동원됐다. 220억원이라는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실제 승리의 역사이기에 쾌감도 큰 편이다.

 

▲ ‘명당’.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제공
▲ ‘명당’.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제공

△팩션 사극 ‘명당’

‘명당(박희곤 감독)’은 풍수지리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섞어 풀어낸 사극이다.

‘사도’(2015), ‘관상’(2013),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계보를 잇는 팩션 사극이다.

영화는 왕위에 군림하며 대대손손 부와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 땅에 떨어진 왕권을 복원시키려는 자, 스스로 왕을 꿈꾸는 자들이 명당 묏자리를 놓고 펼치는 치열한 쟁탈전을 그린다. 명당은 한정돼 있는데,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잘 살고자 찾는 땅인데, 그 땅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인다.

▲ ‘명당’.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제공
▲ ‘명당’.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제공

영화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한데 모아 탐욕에 눈 먼 다양한 인간군상을 풍성하게 그려낸다.

조선말 천재지관 박재상(조승우)은 왕보다 높은 권세를 누리던 장동 김씨 일가 김좌근(백윤식)에게 밉보여 처자식을 처절하게 잃는다. 13년이 흐르고 저잣거리에서명당을 점찍어주며 돈을 벌던 그에게 흥선(지성)이 찾아온다.

왕족이면서 ‘상갓집 개’ 취급을 받던 흥선은 김좌근의 아버지가 어디에 묻혔는지 찾아달라고 한다. 김씨 일가 묏자리를 찾아내 그 가문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다.

오랜 시간 복수의 칼을 갈던 박재상은 흥선과 손을 잡지만, 김좌근과 그의 아들 김병기(김성균)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영화는 흥선대원군이 지관의 조언에 따라 2명의 왕이 나오는 묏자리로 아버지 남연군 묘를 이장했다는 실제 역사 기록에 상상력을 덧대 완성했다.
 

▲ ‘협상’.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협상’.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질 협상극 ‘협상’

‘협상’은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제한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현빈)를 멈추기 위해 위기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일생일대의 협상을 시작하는 범죄 오락 영화다.

제목 그대로 협상을 소재로 다룬 이 영화는 영화 ‘국제시장’의 조감독을 맡은 바 있는 이종석 감독의 새로운 도전에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협상’.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협상’.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극중 최악의 인질범인 민태구를 연기한 현빈과 위기협상팀 경위 하채윤을 소화한 손예진은 여러 작품들을 통해 보여준 탄탄한 연기력으로 이번에도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현빈은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벌이는 국제 범죄 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 역을 맡아 파격변신을 시도하며 치명적인 매력을 뽐낸다.

인질범 ‘민태구’는 한정된 공간에서 인질들과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을 압박하며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압도적인 긴장감을 선사한다. 현빈은 흐트러진 머리와 풀어헤친 셔츠 차림으로 위험천만한 퇴폐미를 발산하며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영화 후반에 이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총격 액션은 전반에 쌓아온 긴장감을 폭발시키며 액션 배우 현빈의 거침없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랜선 스릴러 ‘서치’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수천 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뒤지며 딸의 흔적을 추적해가는 아빠의 ‘랜선 스릴러’를 그린‘서치’는 러닝 타임 대부분을 PC 화면으로 꽉 채우는 독특한 연출로 화제를 모으면서 3주째 박스 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 남겨진 단서들을 조합해 딸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영화 전체가 웹사이트와 영상통화, 채팅프로그램 같은 컴퓨터·모바일 기기 화면으로 구성돼 있어 ‘랜선 스릴러’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아빠 ‘데이비드 김’(존 조 분)은 아내 ‘파멜라 김’(사라 손)을 병으로 잃고 딸 ‘마고 김’(미셸 라 분)과 함께 살아간다.

마고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차츰 말이 없어지고 아빠는 그런 딸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그러던 중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고 온다던 딸 마고에게서 밤 11시 30분에 3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는 다음 날 아침에야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다. 딸은 이 전화를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경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는다.

광고를 연출한 바 있는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 출신 아니시 차간티 감독의 작품으로 올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관객상을 받았으며, 지난 5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전 회차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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