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흥준 교수는 “경주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한 한 달은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 많은 유물을 두고 1박2일, 2박3일 다녀오고서 경주를 봤다고 말하는 것은 만용이라 표현했다.

신라의 천년 수도였던 경주는 찬란한 문화유산의 보고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란 별명을 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문화유적의 도시다. 땅을 파면 금방이라도 토기와 기왓조각 등 옛 유적이 나올 것같은 문화의 체온이 느껴지는 곳이다.

수학여행이나 가족여행 등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본 경험이 있는 도시다. 그러면서도 언제 어느 때 다시 이곳을 찾아도 진한 역사의 향기에 젖어 신비함이 느껴지는 도시다.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 도시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경주가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다. 불국사 다보탑 등 국보만 67개, 석빙고 등 보물은 92개에 이른다. 사적으로 지정된 문화재도 76개에 이르며 중요민속자료나 시도 유무형문화재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끝이 없다. 1천년의 역사가 남겨준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 아닐 수 없다.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2000년에 와서는 경주 전역에 흩어져 있는 신라시대 유적들을 성격에 따라 5개 지역으로 나눠 ‘경주역사 유적지구’로 통칭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5개 역사 유적지구는 신라불교의 보고인 남산지구, 신라왕조의 궁궐터인 월성지구, 신라 왕과 왕비, 귀족들의 고분군인 대릉원지구, 황룡사지구, 왕성 방어시설인 산성지구 등이다.

경주는 이처럼 문화 유적만으로 민족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곳이다. 신라 문화의 원류가 생성된 곳으로 그 정신은 영남의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축제로 전국적 명성을 누렸던 신라문화제가 옛 명성 찾기에 나섰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1962년 시작한 신라문화제는 신라인의 문화적 정통성을 계승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전국적 주목을 받은 축제다. 전통과 문화는 다듬고 사랑할 때 더 빛난다. 신라문화제가 한국의 로마를 꿈꾸는 경주의 변화에 새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