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김정일 2007년 합의
백두산관광 추진될지 ‘촉각’
김 위원장 한라산 방문 거론도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두산=연합뉴스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오전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 남북 정상은 남한주민들의 백두산 관광을 실현하자는데 사실상 공감대를 이룬듯한 발언을 내놓아 주목을 끈다. 백두산 관광은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4 선언에 이미 담겼던 합의사항이다. 당시 남과 북은 백두산 관광을 하고, 이를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2005년에는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으로 백두산 관광사업을 하기로 북측과 합의했다. 우리 정부가 백두산으로 가는 관문인 삼지연공항의 현대화를 위해 피치와 부자재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후 보수정부가 들어서고 각종 대북 협력사업들이 주춤하면서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다. 현재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마찬가지로 백두산 관광사업도 북한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고 국제사회의 제재 환경이 변화되어야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두 정상의 방문과 발언으로 향후 유력한 남북 경협사업으로 추진될 가능성을 보였다.

남북정상은 이날 오전 백두산 장군봉에 함께 올라 천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나란히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 두 정상은 천지를 배경으로 붙잡은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김정숙·리설주 여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백두산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군봉에 오전 9시33분께 동시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곧바로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이동해 담소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천지를 내려다보며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간다. 우리는 내려갈 수 있다”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국경이 어디입니까?”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이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다”고 설명하자, 옆에 있던 리 여사가 “7~8월이 제일 좋다. 만병초가 만발한다”고 거들었다. 문 대통령은 “그 만병초가 우리집 마당에도 있다”고 화답했고, 김 위원장은 “꽃보다는 해돋이가 장관”이라고 말을 받았다.

백두에 오른 두 정상은 자연스레 화제를 한라산으로 옮겼다. 문 대통령이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 비, 이렇게만 돼 있어서 좀 가물 때는 마른다”고 말을 꺼냈고, 김 위원장은 북측 수행원에게 “천지 수심 깊이가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오늘 천지에 내려가시겠습니까?”라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내려가면 잘 안 보여요. 여기가 제일 천지 보기 좋은 곳인데 다 같이 사진 찍으면 어떻습니까?”라고 제안했고, 천지를 배경으로 양 정상 부부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한라산 방문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2박 3일간의 북한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20일 삼지연 공항을 출발해 귀환길에 올랐다.

/평양·서울공동취재단=김진호기자

    평양·서울공동취재단=김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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