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중부선 철로가 물빠짐 방해·배수펌프장 가동 중단 원인 밝혀야”
부인과 대피하려던 80대, 대문 앞서 급류 휩쓸리는 등 2명 사망·실종

▲ 7일 오후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4번 국도 장항교차로 주변에서 축대벽이 무너지면서 왕복 4차로 전체가 종잇장이 구겨지듯 심하게 파손되어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제25호 태풍 ‘콩레이’는 포항과 경주, 영덕 등 동해안에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콩레이는 지난 6일 오후 경주와 포항과 영덕을 거쳐 동해안으로 빠져 나갔지만 하룻밤 사이 최고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 경북에서 2명이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숨지거나 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 건물 1천400여동과 농경지 1천여㏊가 침수되는 피해도 났다.

□집중호우로 인명피해

태풍 콩레이가 지나간 자리에는 엄청난 물폭탄이 쏟아졌다. 태풍이 빠져나간 지난 6일 오후 7시까지 영덕에 304㎜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어 포항 256.1㎜, 경주 217㎜, 울진 201㎜, 구미 149.4㎜, 대구는 156.6㎜의 비가 내렸다. 자동기상관측(AWS)으로는 경주 토함산이 376㎜, 영덕군 영덕읍 313.5㎜, 포항 구룡포 280㎜의 강수량을 보였다.

이번 태풍으로 포항과 영덕에서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거나 숨졌다. 6일 낮 12시 45분께는 영덕군 축산면 축산리에서 김모(83)씨가 폭우로 대문 앞 도로가 물바다로 돌변하자 아내와 함께 대피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오후 4시 33분께 김씨의 집에서 300여m 떨어진 축산항 인근 도로에서 김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포항시 북구 신광면 기일리 소하천에 이 마을에 사는 이모(76)씨가 불어난 하천에 빠져 실종됐다. 이씨 부인 김모(70)씨는 “남편이 서 있던 둑길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물에 빠졌다”고 말했다. 119구조대와 경찰은 하천 일대를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주택 침수및 시설피해

7일 경북도에 따르면 태풍으로 인한 경북지역 건물 침수는 모두 1천430동으로 집계됐다. 영덕에서 1천409동이 피해가 발생해 경북지역 침수피해가 집중됐다. 포항에서 21동이 침수됐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영덕지역은 영덕읍과 남정면, 강구리, 축산면, 영해읍 등 곳곳에서 주택이 침수되는 피해가 났다. 강구면 오포리 일대는 마을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도로 곳곳이 강으로 변했다. 영덕에서는 1천288가구 2천157명이 주변 교회나 마을회관, 고지대 등으로 대피했다.

오전 10시께는 포항시 신광면 냉수리 용천저수지 일부가 범람해 냉수1리 14가구, 주민 28명과 인접한 경주 강동면 단구리 10여 가구, 20여명이 한때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포항에는 형산강과 오천읍 냉천 등 지역의 크고작은 하천이 범람 위기에 직면해 관계 공무원들이 비상 근무에 들어가기도 했다.

경북도내 도로가 45곳이 침수되는 등 공공시설물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7일 오전 1시께 경북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4번국도 장항교차로 주변에서 옹벽이 무너지고 일부 도로가 위로 솟아 올랐다. 이 사고로 이 일대 도로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옹벽이 무너지기 전인 지난 6일 오후 늦게부터 이 일대 도로에서 일부 융기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경주시 등은 통행을 제한해 붕괴에 따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주시 관계자는 “태풍 영향으로 지면 등에 이상이 생기면서 옹벽이 붕괴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전문가가 조사해야 응급복구를 할 수 있어 통행 재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우회도로를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경지 침수 및 과수 낙과

농작물은 1천142.8㏊가 피해를 봤다. 피해 유형별로는 783.5㏊가 물에 잠겼고, 202.8㏊ 밭에서 낙과가 발생했다. 비와 강풍에 작물이 쓰러진 면적은 154.5㏊였고 2㏊ 농경지는 물에 쓸려 떠내려갔다. 지역별로는 포항이 368.3㏊로 피해가 가장 컸고 영덕 325㏊, 영주 107㏊, 경주 79㏊ 등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앞으로 정밀 조사가 이뤄지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콩레이의 영향으로 영주지역 사과 주산지인 부석면과 순흥면, 단산면 등에서 낙과 피해와 인삼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부석면 북부지역 임곡리, 북지리 등은 낙과율이 50%, 뿌리째 뽑힌 사과나무가 많아 피해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피해를 입은 부석면 사과 재배농가를 찾아 낙과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피해 농가의 빠른 복구지원과 보상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피해를 입은 부석면 한 과수 농가는 “봄에는 냉해로 싹도 안 트더니만 여름에는 가물고 이젠 바람에 다 떨어졌다”며 “가을 사과는 지금부터가 수확철인데 다 소용없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영덕 대규모 침수 ‘인재’논란

이번 태풍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꼽히는 영덕군 중에서도 마을 전체가 물바다로 변한 강구면 주민들 사이에서 침수원인을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주민들은 우선 피해의 원인으로 최대 50㎜ 내외의 많은 시우량(1시간 동안 내린 강수량)을 꼽았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다보니 물을 바다로 빼낼 수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강구초등학교 인근에 최근 건설된 동해중부선 강구역을 연결하는 철로가 물빠짐을 방해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 철로는 논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형식으로 개설돼 있다. 역 상류 골짜기에서 내려온 큰물들이 좁은 개천으로 한꺼번에 쏠려내려가 학교 담장을 무너뜨리는 등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고 일부 주민들은 주장했다. 주민 A씨는 “이전까지 큰 비가 내린 적은 많지만 단 한 번도 이번같은 대규모 피해는 없었다”며 “다시는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원인을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수펌프장이 가동중단된 데에 대해서도 지역 주민들은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토해냈다. ‘인재’냐 ‘자연재해’냐를 두고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영덕군 관계자는 “태풍 피해와 관련해 온갖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강구역 때문에 피해가 커진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으며 복구작업을 마무리한 후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덕/이동구기자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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