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콩레이’ 최대 피해 현장
이틀 새 300㎜ 넘는 폭우 ‘강타’
저지대 주택 등 1천여 세대 침수
1명 사망·이재민 4백여명 대피
농경지·과수·도로·어선 피해도

▲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물 폭탄을 퍼붓고 지나간 7일 오전 침수피해를 본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장 일대에서 상인과 주민들의 복구작업이 한창이지만,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지대가 낮은 지역이라 걱정했는데 물이 순식간에 무릎까지 차올랐습니다.”

영덕군 강구면은 마치 폭격을 맞은 폐허의 현장을 방불케 했다. 강구시가지가 물바다가 되면서 침수원인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주민들과 당국은 우선 침수복구에 매달리고 있지만 시가지 중심부가 물에 잠기게 한 각종 요인들을 꼽으면서 ‘인재’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관련기사·화보 2·3면>

지난 5∼6일 한반도에 상륙한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휩쓸고 간 영덕군 강구면 강구오일장터는 7일 태풍의 상처가 곳곳에 드러나면서 너무도 처참했다. 주민들은 마을 이곳 저곳을 연신 옮겨다니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 많은 걸 언제 다 치울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번 태풍 최대 피해지역인 영덕에서는 1천세대를 훌쩍 넘는 주택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지난 6일 낮 12시 45분께 축산면에서는 김모(83)씨가 자신의 집 앞에서 대피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이틀새 영덕지역에만 309.5㎜의 폭우가 짧은 시간에 쏟아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성인 어깨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주차된 차량들은 물에 잠겼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일부는 보트를 이용해 밖으로 빠져나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민 251세대 418명이 발생했다. 아직 피해액 집계도 어림되지 않고 있다. 이재민들은 친인척 집이나 마을회관 등에 대피해 있으나 복구작업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저지대인 강구면 일대에는 피해가 더욱 컸다.

강구시장은 시장 전체에 물이 가득차면서 식자재와 가재도구 등이 뻘물어 젖은 흔적이 남은 등 성한 것이 없었다. 비가 그친 7일 오전 상인들은 물에 잠겼던 살림살이들을 말리기 위해 상가 밖으로 옮겼지만 사용하기 힘든 물건이 더욱 많아 보였다. 물이 빠져나간 바닥은 흙탕물이 남았고, 수습하는 상인들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강구시장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장모(55·여)씨는 “수십년을 이곳에서 살아왔지만 이같은 참변을 겪어보기는 처음”이라면서 “최근 만들어진 주변 배수펌프장이 제 역할을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에서는 논을 가로질러 동해중부선 강구역을 만드는 바람에 물빠짐에 문제가 생겼을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장으로부터 100여m 떨어진 강구초등학교는 담장 이곳 저곳이 무너지며 학교주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6일 집중호우로 학교 운동장을 가득 메웠던 물이 넘치면서 담장이 무너졌고 무너진 담장 사이로 쏟아진 급류로 주변 가옥까지 2차피해가 발생했다.

강구면 오포2리 주민 김모(48)씨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2층으로 대피시키고 나니 물이 온 집안을 덮쳤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상기한 뒤 “힘없는 서민들의 터전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는데 제대로 된 수습이 이뤄지지 않아 주민 입장에서는 더욱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농경지 피해도 많았다. 이번 태풍으로 영덕지역에만 농경지 217㏊가 침수됐고 낙과피해도 20㏊에 달했다.

6일 오후 영덕∼상주 고속도로 영덕군 지품면 구간에는 비탈면에서 흙과 돌이 무너져 도로공사가 긴급 복구에 나서기도 했다.

또 영덕 강구항에 태풍을 피해 피항하던 소형 어선 15척이 결속선 등의 이상으로 집단으로 떠내려갔다. 현재 8척은 인근 해안가에 좌초된 채 발견됐으나 나머지는 해경이 함정을 투입해 한창 수색 중에 있다.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가 난 영덕지역을 대상으로 당국이 피해 복구 대책에 나서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국회의원 등은 7일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전통시장과 이재민 대피소 등을 잇따라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신속한 피해 복구를 독려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하오 영덕을 방문, 침수 피해를 본 경북 영덕 지역에 재난구호지원 사업비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관계부처 및 민간전문가 합동으로 철저히 원인을 분석해 피해 재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이날 영덕을 찾아 “태풍 피해 주민이 이른 시일 안에 안정을 찾아 생업을 꾸릴 수 있도록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복구예산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영덕/이동구기자 dg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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