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과 함께한 구미공단
④ 공단 조성으로 생겨난 도심 습지

▲ 지산샛강 생태공원을 찾은 큰고니. /구미시 제공

◇ 철새들의 낙원 ‘지산샛강’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낙동강변에 진행된 제방 공사로 낙동강 물길이 바뀌면서 기존에 흐르던 강물은 습지로 바뀌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구미 지산샛강이다. 지금은 지산샛강 생태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구미시는 지난 2009년 58억여원을 들여 연꽃단지, 산책로, 야외무대, 전망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생태공원으로 지정했다.

지산샛강이 보기 드문 도심의 습지였기 때문에 보존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곳 지산샛강은 일명 ‘고니(백조)공원’이라고 불리울 만큼 많은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가 겨울을 보내는 곳이다.

겨울이면 이 곳에는 큰고니 수백 마리가 강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해 이를 보기 위한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산샛강에는 큰고니뿐만 아니라 수배 마리의 청둥오리와 쇠기러기, 왜가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흑고니(Black Swan)’의 모습이 포착돼 큰 관심을 불러 일이키기도 했다.

하얀 큰고니 수백 마리가 노니는 곳에서 몸 전체가 검은빛을 하고 있는 흑고니가 쉽게 눈에 띄면서 더 관심을 받았던 것이다.

흑고니는 태어난 곳에서 평생 사는 텃새임이 알려지면서 흑고니가 어디에서 날아왔는지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지난해 흑고니로 인해 국내에서 사진을 좀 찍는다는 사람들에게 구미 지산샛강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구미시, 2009년 58억 투입
연꽃단지·산책로·전망대 조성
지산샛강 생태공원으로 지정
겨울철 찾아오는 철새 보호 등
도심 속 습지 생태계 보존 위한
주민들의 숨은 노력도 한 몫
마을주민들이 직접 기획·진행
매년 여름 ‘생태문화축제’ 개최
시민 휴식공간·생태체험장 각광

▲ 보존대책이 시급한 구강의 모습. /김락현기자
▲ 보존대책이 시급한 구강의 모습. /김락현기자

◇철새와 생태 보존을 위한 노력

구미시와 지산샛강보존회는 지산샛강이 여름에는 연꽃 군락지로, 겨울철에는 철새들의 월동지로 이용됨에 따라 그에 맞는 보존방안과 활용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처음부터 철새인 큰고니가 지산샛강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낙동강 수심이 깊어지면서 낙동강변의 모래밭이 없어지자 철새들이 지산샛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10여년 전 지산샛강을 찾은 큰고니 등 철새의 수는 고작 수십마리에 불과 했으나 매년 그 수가 늘면서 2년전에는 650여마리가 지산샛강을 찾았다.

지산샛강에서 월동하는 큰고니들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지산샛강 주변 생태환경이 좋은 것도 한 이유겠지만, 지산샛강보존회와 환경보호단체와 주민들의 노력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들은 겨울을 나고 산란지인 시베리아 등으로 떠나는 큰고니를 위해 고구마, 볍씨, 식빵 등의 모이를 주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또 생태환경 보존을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산샛강에서 발견된 청둥오리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되자 주민들은 구미시와 함께 예찰활동과 소독을 강화하고 가금류 이동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 주민 노력으로 일궈낸 생태공원

지산샛강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기 까지에는 지산동 주민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주민들은 지산샛강의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들은 지산샛강보존회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지산샛강을 위한 사업을 진행했다.

지역 시의원과 시청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지산샛강의 생태계 보존의 필요성을 알렸다. 생태학자를 초빙해 도심 습지의 특성과 보존의 필요성에 대해 시민들에게 직접 알리기도 했다.

또 지산샛강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는 것이 결정되자 전국 습지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 위성 사진으로 본 지산샛강과 구강.
▲ 위성 사진으로 본 지산샛강과 구강.

2011년에는 지산샛강 연꽃단지 조성을 위해 충남 부여 서동공원, 전남 무안 회산백련지, 부산 삼락공원 등 3곳을 벤치마칭 했다. 이들은 당시 연꽃뿐만 아니라 각종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테크, 주민편의시설, 수상유리온실, 야외수변무대, 홍보관 등 다양한 시설로 조성된 3곳을 둘러보면서 현재 지산샛강 생태공원의 밑그림을 그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꽃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시설관리에 대한 사항 등을 꼼꼼이 챙겨 현재의 지산샛강 생태문화축제의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지산샛강보존회는 샛강 한켠에 다양한 연꽃 수종을 심어 샛강을 더욱 빛낼 연꽃 수종도 연구하고 있다.

또 이들은 지산동과 매월 샛강생태공원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통해 샛강 보존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도 매년 여름에 지산샛강 생태문화축제를 개최해 도심의 습지를 널리 알리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이 축제는 공연, 체험, 참여, 전시마당 등 20여개의 콘텐츠를 구성해 다채롭게 꾸미면서 매년 3만여명이 축제장을 찾고 있다.

특히, 지산샛강 생태습지와 대규모 연꽃군락지 등 지산샛강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축제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송어잡기 체험과 경북무형문화재 제27호 발갱이들소리 공연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주민들의 이러한 노력으로 지사샛강 생태공원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면서 연꽃 군락지의 자연환경으로 생태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 지산샛강생태보존회 안강호 회장이 구강의 보존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 지산샛강생태보존회 안강호 회장이 구강의 보존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안강호 지산샛강 생태보존회 회장 인/터/뷰
“주민도 잘 모르는 ‘구강습지’ … 불법 매립 등으로 훼손돼 안타까워 ”

“도심 습지인 구강에도 관심을 좀 가져주세요.”

지산샛강 생태공원을 취재하기 위해 만난 지산샛강 생태보존회 안강호(66)회장의 첫 마디다.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27호인 구미발갱이들소리보존회 이사장이기도 한 안 회장은 지산샛강과 발갱이들소리를 보존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안 회장이 말한 구강은 지산샛강과 불과 200여m 떨어진 습지로, 구미공단 조성을 위한 낙동강 제방공사로 물길이 바뀌면서 지산샛강과 함께 습지로 남게 된 곳이다.

안 회장은 “지산샛강은 생태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보존이 되고 있지만, 구강은 시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지 전혀 보존이 안되고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조성된 도심 습지가 더 훼손되기 전에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과 함께 찾아간 구강은 인근 논과 밭으로 가려져 있어 그 위치를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좁은 농로를 가로질러 풀숲을 지나서야 구강을 만날 수 있었다.

안 회장은 “구강 주위에 논과 밭이 들어서면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 여기 사는 주민들도 구강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구강도 샛강처럼 연꽃 군락이 조성돼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게 생태계 보전을 위해 더 좋은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 회장은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구강에 대한 관심이 없다보니 일부 사람들이 구강을 매립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매립이 되다보면 구강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기에 더이상 매립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구강에는 샛강과 마찬가지로 큰고니 등 겨울철새들이 많이 찾고 있는데 강을 매립하는 행위로 인해 물길이 좁아지면서 강물 흐름이 여의치 않아 물이 오염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불법으로 강을 매립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까지 생기고 있다. 지금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곧 사라질 수도 있는 도심의 습지인 구강을 살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안 회장은 “지산샛강과 구강은 구미공단 조성을 위한 개발로 인해 만들어진 습지이긴 하지만 지금은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도심의 자연습지로 자연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런 도심 습지를 보존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인간이 침범한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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