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감에서 대구혁신도시에 이전한 한국가스공사가 대구지역 업체로부터 공사, 용역 및 물품을 수주한 비중이 2% 미만에 그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일으켰다. 국가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이전 10년을 넘기고도 여전히 지역과의 상생 구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점이지만 시정이 좀처럼 안 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최근 3년간 발주한 공사·용역·물품계약 현황을 보면 각 분야별로 지역업체 비중이 2% 미만에 그쳤다. 그 중 공사분야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1조1천419억 원(455건)의 공사를 발주하면서 대구업체와의 계약은 25억8천만 원(8건)에 불과했다. 다른 분야도 비슷했다. 공사 측은 실적 미보유, 시제품 테스트 실패 등 지역기업의 기술력 부족을 이유로 설명했지만 공공기관 이전의 목적이 균형발전에 있음을 볼 때 상생의 의지가 별로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상생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연구개발을 통해 지역업체와의 상생의 길을 찾았을 것으로 본다. 아직도 공공기관 대다수가 몸은 지방에 와 있으나 마음만은 여전히 중앙에 기대고 있다는 반증이라 생각한다. 이번에는 지역에 위치한 공공기관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조차 제대로 사먹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공공기관별 지역농산물 구매실적’에 따르면 전국 333개 공공기관 가운데 37%(122개) 기관만이 지역농산물을 구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63%인 211개 공공기관은 구매실적이 아예 없었다. 구매금액도 139억 원에 불과했다. 경주의 한수원과 상주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교통안전공단, 한국감정원 등 혁신도시 공공기관을 비롯, 지방 곳곳에 산재한 대다수 공공기관이 지역농산물 소비조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지역농산물 구매를 통해 지역 농산물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농가 소득을 증대시킬 목적으로 농산물직거래법이 제정됐음에도 이들 공공기관은 거의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에 목적을 둔 국가정책 사업이다. 이전기관은 이런 취지에 맞춰 지역과의 상생관계 유지에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도 절대 필요하다. 특히 자치단체의 정주여건 개선 등 부단한 행정적 지원이 있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공공기관들도 지역사회와 밀착해 국가의 균형발전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인재 채용비율이 올해부터 높아진 것도 균형발전 전략의 일환이다. 중앙만 잘되면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중앙과 지방이 골고루 성장할 때 국가경쟁력도 좋아지는 것이다. 지역 공공기관의 인식변화가 새로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