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함과 아늑함까지 더해 인기
댐·서원에도 가을이 내려 앉아

▲ 가을색으로 갈아 입은 임고서원 앞 은행나무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영천시 제공

[영천] 청명한 하늘, 오색빛깔 단풍으로 물든 가을이 절정이다. 전국 곳곳이 단풍행락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지금 조용하고 아늑한 곳을 찾고 싶다면 영천이 어떨까. 소탈 하지만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곳에 단풍 명소가 즐비하다. 발길 닿는 곳마다 가을단풍이 눈앞에 펼쳐지는 영천으로 떠나보자.

◇하늘 향해 걷는 길, 보현산 천수누림길

전국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영천시 보현산 정상에는 국내 최대 천문대인 보현산천문대가 위치해 있다. 보현산 자락에서 천문대로 이어진 천수누림길은 천수를 누릴 수 있는 하늘길이라 해 붙여진 이름이다. 산림 훼손 없이 친환경적으로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름 모를 야생화와 오색 단풍나무로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다. 데크길 정상에 서면 하늘을 향해 걸어 온 듯 한 착각이 들만큼 사방이 뻥 뚫려 영천시가 발아래 펼쳐진다. 산 정상에 있는 천수누림길로 가기 위해서는 산허리를 타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를 타고 올라와야 하는데 이 길 또한 절경이다. 이 곳 천문대길은 지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사진찍기 좋은 명소’로도 선정된 바 있다.

◇자양면 곳곳에 숨겨진 단풍명소

자양면은 영천댐과 어우러진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자동차로 영천댐 일주도로를 달릴 때 보이는 가을 경치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영천댐은 높이 42m, 제당길이 300m에 9천640만t의 저수량을 가진 다목적댐이며 댐 주변을 따라 펼쳐진 벚꽃나무 길로 계절마다 다른 절경을 이뤄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특히 자양면에는 문화유적도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자양면소재지 입구인 성곡리에는 강호정, 하천재, 삼휴정 등 유형문화재인 6개의 고택이 모여 있는 고즈넉한 산길이 있다. 영천댐 수몰지구로 편입되어 현 위치로 이건 되었으며, 들어오는 입구부터 우거진 소나무 숲은 찾아오는 이들에게 대자연의 청량함을 선사한다. 송림을 지나 단풍으로 둘러싸인 6개의 고택을 따라 걷노라면 속세에 찌든 고단함을 잠시나마 내려 놓을 수 있다.

◇은해사 굽이굽이 암자기행

영천시 청통면에 자리잡고 있는 천년고찰 은해사는 국보 제14호인 거조암 영산전을 비롯해 백흥암, 운부암, 중암암, 기기암 등 8개의 산내암자와 50여 개의 말사를 거느린 조계종 제10교구의 본사로 그 위용이 남다르다. 팔공산 동쪽 기슭에 알록달록 아름다운 단풍으로 뒤덮인 은해사 산길 따라 쉬엄쉬엄 걸으면 호젓한 가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천년고찰이라는 역사에 걸맞게 괘불탱(보물 제1270호), 대웅전 아미타 삼존불 등 많은 소장 문화재들이 있으며, 대웅전 보화루, 백흥암 등의 현판 글씨가 모두 조선시대 명필 추사 김정희의 친필이어서 더욱 새겨 볼 만 하다.

◇500년 지켜온 은행나무의 임고서원

500년 동안 임고서원의 한 켠을 지키고 있는 은행나무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가을이 되면 노랗게 흐드러진 은행나무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지난 세월을 품고 있는 듯하다. 영천시 임고면 양항리에 소재하는 임고서원은 고려 말 충절을 지킨 충신 포은 정몽주(1337~1392) 선생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특히 임고서원 옆 임고초등학교는 아름다운 학교 숲 대상에 선정된 적이 있을 정도로 플라타너스 나무와 은행나무 등 수령이 오래 된 아름드리나무가 인상적이다.

/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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