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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아쉬운 이름법

등록일 2018-11-08   게재일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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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입법부인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할 때 특정 개인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정치적 투명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법으로 평가받는 ‘오세훈법’이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오세훈 당시 최고위원이 발의한 오세훈법은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불리는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을 계기로 2004년 개정된 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등 3법을 한꺼번에 일컫는 말이다. 이 법은 정치자금 모금의 통로로 지적된 지구당을 폐지하고,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금지했다. 무엇보다 특정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모으는 행위를 막아 개인 후원을 통해서만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게 했다. 부정부패를 낳는 금권선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월이 흘러 오세훈법이 우리 정치문화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적잖은 성과도 냈지만,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두른 울타리가 청렴한 정치 신인의 도전길을 막는 장벽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현역의원이 아닌 원외 지구당위원장에게 정치후원금 모금을 허용하는 이른바 ‘노회찬법’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은 2014년 총선 후보 시절,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회찬 전 의원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없게 하자는 취지에서 ‘노회찬법’으로 이름 붙여졌다.

‘오세훈법’이 ‘노회찬법’으로 진화하면서 수정·보완된 셈이다.

얼마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름법으로는 ‘양진호 금지법’이 있다.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 실소유주로 알려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때리며 무릎을 꿇게 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폭행과 강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9월 통과시킨 근로기준법 개정안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양진호 금지법’이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이 법은 일부 야당 의원이 개정안 내용 중 ‘정서적 고통’의 개념이 모호하고 ‘업무 환경’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법사위에 발목을 잡혔다. 법률 전문가들이 “개정법률안은 징계 대상 행위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며, 프랑스·캐나다 등 해외 입법례와 비교해도 명확하다”고 설명해도 국회 법사위는 오불관언이다.

최근에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윤창호법’이 핫이슈가 됐다.

이 법은 지난 9월 22살의 청년 윤창호 군이 인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서 뇌사에 빠진 교통사고에서부터 비롯됐다. 윤창호 군의 친구들은 “음주운전 재발률이 2016년 50.59%로 매우 높고, 교통사고 치사의 경우에도 기본 징역 8개월~2년의 형량을 받고 있다”며 음주운전 처벌을 크게 강화해야한다는 요지의 국민청원을 올렸고, 불과 사흘만에 20만명의 동의를 받는 등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가중처벌과 음주 수치 기준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으로,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할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이 법을 발의한 윤 군의 친구들은 “이 법의 제정이 미래의 잠정적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를 줄이고, 국민의 안위를 보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친구의 이름을 딴 ‘윤창호법’을 통해서라도 제 친구가 잊히지 않고 사회에 기여한 것으로 명예롭게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많은 이름법들이 국회 입법단상에 떠올랐다 이유를 알기 힘든,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부딪혀 사라진다. 이처럼 이름값도 제대로 못한 채 스러지는 이름법이 허다하지만 한 젊은이의 억울한 희생이 바탕에 깔린 ‘윤창호법’은 ‘제 이름값 다하는’이름법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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