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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을 올라탄 국방의 의무

등록일 2018-11-08   게재일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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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희룡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성경의 그리스어에서는 양심을 시네이데시스 ‘공유하는 지식’이라 했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으로 살인이나 도둑질이 나쁜 짓이기에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는 것이다. 양심이 은유적으로 ‘은밀한 앎’이나 ‘내부의 빛’으로 표현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양심이 사물의 가치변별과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고 볼 때, ‘맹자, 공손추 상편’에 나오는 ‘사단(四端)’이야 말로 실천도덕의 근거이며, 양심이 무엇인가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 맹자는 사단을 통해 성선설을 근거로 인간심리현상을 제시한 것이다. 첫 번째 ‘측은지심’은 인(仁)이란 단서에서 비롯됐으며, 남을 불쌍히 여기거나 측은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으로 이 마음이 없는 자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두 번째 ‘수오지심’은 의(義)에 해당되며 악을 부끄럽게 여기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는 자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사양지심’으로 예(禮)의 단서에서 비롯됐으며 남에게 사양하는 마음이 없는 자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즉 겸손해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이라 보겠다. 넷째로 ‘시비지심’은 지(智)에 해당되며 잘잘못을 분별해 가리는 마음을 말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양심을 이 네 가지 올바른 마음으로 설명했으며 각자의 생각에 따라 어진 이도 악인도 될 수 있다고 했다. 양심은 떳떳한 마음으로 가책을 느낀다고 하는 것은 곧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조선 후기 천재시인인 김병연(1807~1863)은 과거시험에서 홍경래의 난 때 항복한 선천부사 김익순의 행위를 비판한 내용의 답을 적어 급제한 후, 어머니를 통해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을 알고 양심의 가책으로 그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생각하고 평생을 큰 삿갓을 쓰고 방랑하다 생을 마쳐 일명 김삿갓이라 불렀다. 이렇듯 양심은 부끄러움으로 나타나며,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염치도 그 뜻을 같이 한다.

병역기피의 정당한 사유로 ‘양심’을 인정하지 않았던 2004년 대법원 선고 이후 14년만에 그 판단의 논리가 뒤집혔다. 병역의무의 강제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게 판결의 취지다. 일부 대법관들이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와 양심자유의 한계를 벗어나고, 정교분리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음에도 대법원장 등 9명의 대법관이 낸 무죄의견이 최종결론으로 확정됐다.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양심이란 것이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같이 입증할 수 없는 모호한 단어들이 헌법적 가치보다 우위에 자리한 것이다. 결국 군에 안 가려고 버틴 사람들은 양심적이 됐고, 오늘날까지 국방의 의무를 마친 대다수 국민들은 졸지에 비양심적 국민이 된 것이다. 헌법을 비롯해 병역법 역시 국가가 만든 비양심적인 법으로 전락했다.

국가가 법으로 정한 국방의무를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문장 자체가 해석이 안 되는 말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내린 판결은 결국 그들 스스로가 양심을 팔아버린 것이다. 좌우라는 이념성향을 떠나 국민의 생존과 관련된 사안이다. 인류역사는 국가의 존재는 부국강병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양심을 팔고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자는 사람이 아니라는 맹자의 말처럼 그들이 지금 죄책감으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을지 아니면 웃고 있을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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