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공공시설은 수리나 보수 마쳐
민간소유 공공주택 재건축은 지지부진
정부·시 매입 추진… 주민 합의는 못이뤄
행안부의 ‘특별재생지역’ 지정은 희소식

▲ 이강덕 포항시장이 포항지진 발생 1년을 맞아 12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포항지진 복구 내용을 설명하고 전국 최고의 안전도시 건설 구상을 밝히고 있다. /포항시제공

자연의 힘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우우웅’ 하는 공포스러운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을 뒤흔든 ‘11·15 포항지진’은 일 년이 다돼가는 지금까지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지진 상흔도 여전하다. 대부분 공공시설이 수리나 보수를 마쳤다고는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여전히 그때의 악몽이 서려 있다.

12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규모 강진과 올해 2월 11일 다시 한 번 포항을 강타한 규모 4.6 여진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약 845억7천500만원이다. 완전히 부서진 건물이 671동, 반쯤 파손돼 공사가 필요한 주택이 285동으로 집계됐다. 금이 가는 등의 소규모 피해는 무려 5만3천139동에서 나타났다. 총 5만6천566가구 중 793가구·1천990명이 주거 지원을 받아 거처를 마련했고, 임대주택·임시이주단지에 입주했다.

학교나 마을회관, 도로, 다리 등 공공시설 피해도 421건이 발생했다. 안전과 직결된 공공시설은 지난해 말 모든 곳을 대상으로 응급복구공사를 마쳤으며, 현재는 136곳에서 추가 공사가 진행되거나 재건축을 위한 실시설계 단계를 거치고 있다. 지진으로 파손돼 철거된 포항시 북구청은 인근 건물을 임대·이전해 업무를 보고 있다. 폐교한 옛 중앙초등학교 터에 2022년까지 새 청사를 지어 들어갈 예정이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지진 후 건물안전공사와 함께 외벽 등을 새 단장 했고, 이웃인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도 현재 재건축이 한창이다. 벽이 갈라지는 등 붕괴 우려가 컸던 북구 흥해읍 흥해초등학교는 심하게 부서진 본관을 철거하고 신축공사를 하고 있다. 5·6학년 6개 학급 학생들은 운동장에 임시 마련된 컨테이너를 교실로 쓴다.

공공시설의 생채기에는 새살이 돋아나고 있지만, 민간소유의 일부 공동주택 재건축은 지지부진하다.

북구 환여동의 대동빌라 4개동(81가구)은 위험 판정을 받아 철거 대상이지만, 현재 1개 동만 철거된 채 방치되고 있다. 지난달 31일이 돼서야 포항시, 부영그룹과 함께 재건축하기로 합의하면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철거작업은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동빌라를 시작으로 재건축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됐지만, 흥해읍 대성아파트를 비롯해 두호동 천호한마음아파트, 경림뉴소망타운, 대웅파크 등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아직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가 넘어가는 재건축 개인 분담금을 감당 못하는 주민이 많아 주민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 특히 포항이 2년째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공동주택 재건축에 뛰어드는 사업자도 적어 앞으로도 개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물 한 동이 기울어져 ‘피사의 아파트’로 알려졌던 흥해읍 대성아파트는 정부와 시가 매입을 추진했으나, 주민과 금전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폐쇄’돼 있다.

이곳에 살던 한 주민은 “집을 새로 지으려면 빚을 내야 할 판이다. 정부가 제시한 가격에 집을 팔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반대하는 주민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언제쯤 내 집을 되찾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대성아파트를 비롯해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흥해읍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지진으로 초토화된 지역을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해 정부 지원금을 들여 되살리기로 했다. 포항시는 최근 대성아파트 등이 포함된 흥해읍 도심 120만m²를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했다. 국토교통부에 사업 승인을 요청해 이달 중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490억원 규모로 주택을 고치고 상가·공장을 재건축한다. 전파 판정을 받은 공동주택을 매입해 도서관·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포항시 관계자는 “피해가 가장 많은 흥해읍이 이달 안으로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되면 행정적인 부분에서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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