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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지나도록 피부 와닿는 변화 없어”

등록일 2018-11-12   게재일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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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 발생 1년째 포항은
무너진 삶의 터전엔 잡초만 무성
지원받은 전세보증금으로 버텨
주거지 복구 해결 안 된 208명
체육관서 기약없는 이재민 생활
정치권·국민 관심도 멀어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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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정확히 40년을 보냈지. 앞으로도 이곳에서 계속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옥성리 한 주택가 골목에서 만난 이재동(69)씨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한 공터를 가리켰다.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무너지기 전까지 그와 가족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은 지진 1년이 지난 현재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황량한 풍경이다.

여기저기를 한참 물끄러미 쳐다보던 이씨는 “시에서 철거를 해줬으니 지금에 와서 더 할 일은 없다. 지나간 일을 생각해서 뭐하냐”며 뜻밖에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그가 지내고 있는 곳은 이곳에서 200여m 떨어진 아파트. 이재민에게 지원된 전세보증금 1억원에 자녀에게서 지원받은 돈을 더해 살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앞으로 계약이 끝나고서가 가장 문제”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관련기사 4·6면>

이재민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김모(48)씨. 지진 이후 현재까지 이재민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두달 전에 대피소 공기가 하도 탁해 집에서 다 죽어가던 화분 하나를 가져와 키워봤는데 잎이 파릇파릇해지더니 꽃도 피었다”며 “한두 개씩 가져오다 보니 꽤 많은 화분들이 모여 주민들이 이곳으로 하루에 한 번씩 꽃구경하러 온다. 로즈마리나 라벤더같은 경우에는 잎을 따서 이웃들과 티타임을 갖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 년 동안 수많은 어려움과 힘든 일이 닥쳐왔지만 함께 있는 이웃들 덕분에 잘 견뎌 낼 수 있었다”며 “지진 피해를 확정하는 행정심판의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간 동안 이재민들과 어려움을 함께 이겨낼 것이다”고 전했다. 현재 흥해실내체육관에 머무르고 있는 김씨를 비롯한 한미장관맨션 주민은 정밀안전점검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고 자체 안전점검 결과를 인정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준비하며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그래도 지진을 그나마 잘 이겨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본진과 여진으로 118명의 인명피해와 847억7천5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으며, 1만4천여가구가 살고 있는 흥해 주민 대부분은 심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포항 지진 후 벌써 일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현장에서는 지진이 현재 진행형이다. 대통령과 재난안전특별위원회를 꾸려 방문했던 국회의원들을 필두로 각계에서 신속한 복구와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진피해 주민들은 “일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거의 전무하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지부진한 관련 법안 처리, 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연관성 규명, 흥해 도심 재생의 방향 도출 등의 문제를 제외하고도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주거지 복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 탓에 흥해실내체육관에는 91세대 208명이 아직 이재민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고, 전파피해를 입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주민들 역시 앞으로의 삶에 희망을 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의 선택지도 없는 개인 주택 피해자들은 전세 계약 만료 시기가 다가올수록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흥해읍 옥성2리 최봉준 이장은 “주택 전파 가구가 신축을 위해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융자 지원이 최대 6천만원인데 이걸로 무슨 집을 짓느냐”며 “흥해 지역은 전파주택 철거 이후 공터만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정부의 신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그렇다고 일 년의 기간 동안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거지 지원 및 전세자금 융자, 643억여원의 사유시설 재난지원금, 국민성금모금액 345억원 등의 물적 지원과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따뜻한 손길은 지진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 다만 시급한 사항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사항을 구분해 투트랙으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지진을 겪은 주민들이 일치된 목소리다.

이와 관련, 김정재(포항 북) 국회의원은 “피해주민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하고 요구 사항 역시 관철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포항지진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들의 관심이 식어가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며 “피해주민 모두가 안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더울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준혁·이시라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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