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자연은 모든 것을 비우고 있다. 비움으로써 더 크게 채운다는 자연 성장의 비밀을 자연은 온몸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비움의 이면에 담긴 더 큰 가치를 살신성인을 통해 말하고 있다. 자연이 보여주고, 말하고 싶은 가치는 바로 인정(認定)함이다. 자연은 절대 같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만이 옳다고도 하지 않는다. 인정은 곧 조화로움을 낳고, 그 조화로움 속에서 자연은 매년 더 발전한다. 하지만 비움을 모르는 인간들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에 자기 것만 강요한다. 그러기에 자연과는 달리 퇴화(退化)한다.

인간의 퇴화 속도는 자연의 발전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인간들이 펼치는 막가파식 행동에 자연의 인내(忍耐)도 한계에 달한 것같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 재앙은 분명 자연이 보내는 엄중한 경고임에 틀림없다. 그 경고를 인간의 문자로 해석하면 인류 멸망이다.

“아빠, 또 지진이야? 무서워. 우리 이사 가면 안 돼?” 아직도 필자의 아이는 조그마한 진동이나 소리가 나도 몸을 움츠리며 한동안 두려움에 떤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들은 벌써 지진에 대한 기억을 지웠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트라우마(Trauma)를 이겨낸 용기는 대단하다.

우리는 다양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산다. 청소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것은 바로 시험 트라우마이다. 시험 중 가장 큰 시험이 바로 이번 주에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우리 학생들이 정말 지진, 입시한파 같은 자연 재앙은 물론이고, 그 어떤 불안·걱정도 없이 정말 자신이 노력한 것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자연이 믿는 유일한 인류는 학생뿐이다. 자연은 그 믿음으로 학생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학생들에게 비움, 인정, 조화, 그리고 발전의 기운을 가진 자연의 기를 한가득 전한다.

그리고 이것만은 꼭 기억해 것을 부탁한다.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절대 수능 점수에 맞춰 자신의 관심과는 전혀 관련 없는 학과는 가지 말라는 것이다. 어느 기업가가 말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넓은 세상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려면 진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한다. 기존에 있는 직업군에서도 좋은 일자리들이 많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누가 더 열린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일들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창직이요, 창업이다.

창업도 진로의 한 분야이다. 대학 졸업 시즌에 취업이 안 되어 억지로 하는 창업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창업쪽으로 진로를 개척한다면, 분명 청년 실업이라는 늪에는 빠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어려운 경제를 살릴 사람은 청소년뿐이다.

정부와 교육부(청)에 부탁드릴 말씀이 있다. 청년 창업도 중요하지만, 청소년 시절부터 창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자유학기(년)제, 진로 교과 등이 있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이는 학교 교육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이다. 필자가 속한 연구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사 중 창업 교육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고, 또 직접 창업 교육을 해보겠다고 응답한 교사는 단 5%도 안되었다. 이는 청소년 창업 교육에 앞서 교사들에 대한 창업 교육 연수가 먼저임을 말해준다.

자연은 벌써 내년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 기간이 길수록 시행착오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청년이 될 청소년들에게도 미리 창업 교육을 해야만 이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 창업은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비록 많이 늦었지만 청소년 창업 교육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