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부모가 자식에게는 무엇일까?

전혀 다른 두 부모의 모습이 요즘 화제이다.

S여고 사건의 경우 시험지 유출 전 쌍둥이 자매의 성적은 나쁜 편이 아니었고 그래서 교무부장인 아버지의 잘못된 판단이 아이들을 결국 그르쳤다.

증거가 명백한데도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그런 부정한 방법을 가르친 부모에 대한 자식들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살아갈까?

쌍둥이 자매의 성적은 전체적으로 보면 나쁜 성적은 아니었고 학교생활도 정상이었다. 그런대로 대학 진학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성적이고 상황이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얼마든지 원하는 대학교에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잘못된 판단을 해서 아이들을 망쳤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담당 변호사는 딸들을 생각해서라도 자백하고 딸들의 선처를 받자고 종용했지만 아버지가 결백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과연 그 모습을 보는 딸들에게 그는 부모로서 0점인 사람이다. 그가 원하는 자식의 모습은 “부정을 해서라도 세상을 요령있게 살아가라”는 것일까?

그런데 전혀 다른 모습의 한 부모가 연일 화제이다.

노부부가 과일장사로 시작해 평생 모은 400억원을 고려대학교에 기부한다는 소식이다. 고려대에 의하면, 90세가 넘은 한 노부부가 시가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구에 기부하고 추가로 200억원 상당의 토지 등을 추가로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향민 남편은 15살에 부모를 여의고 월남 후 머슴살이 등을 하였고, 부인은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했다고 한다. 식모살이와 식당일을 하다 부부가 과일장사를 시작한 것은 1960년대였고, 서울 종로에서 리어카로 과일 노점 장사를 했고 점포를 차린 후 근검 절약으로 오늘의 부를 일궜다고 한다.

당시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과일을 납품받는 트럭이 있는 청량리에서 가게가 있는 종로 5가까지 1시간 거리를 매일 걸었다. 통행금지가 있었기 때문에 걸어서 시장에 가다가 파출소 순경에게 통행금지 위반으로 잡히기도 했다. 과일장사 뒤에는 늦은 밤까지 다른 식당의 일을 해주면서 식사를 해결했다.

그런데 이들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 감동적이다. 두 아들이 있지만 충분히 살만 하고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꼭 아이들에게 좋은 것이 아니며 그래서 사회를 위해 좋은 곳에 쓰고 싶었다고 부부는 전했다.

부모의 결심을 찬성해준 아이들은 얼마나 부모가 자랑스러웠을까? 그들의 향후 인생은 부모를 따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삶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경찰은 시험문제 유출 혐의를 받는 아버지와 쌍둥이 딸에 대하여 5차례 문제를 유출한 정황이 있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고 측은 쌍둥이 자매에 대해 성적 0점 처리와 퇴학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쌍둥이 자매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든다. 그들은 아버지의 유혹에 순응한 죄를 지은 것이고 그들의 미래는 이렇게 무너져 내렸다.

자식에게 부정한 방법을 가르치고 거짓말을 하라고 하고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인 부모와 자식에게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는 땀을 가르치고 사회에 공헌하는 모습을 보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

말은 쉽지만 행동은 쉽지 않다. 노부부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 쌍둥이 아버지가 지금이라도 자식에게 올바른 모습을 보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