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무단방치 차량
매년 수백대 달해 ‘골머리’
대부분 ‘대포차’이거나
세금 체납으로 버려져
소유주 찾지 못할 경우 많고
폐차 행정절차도 석달 이상

▲ 포항시 북구 장성동 도로가에 번호판이 떨어진 SUV차량이 보기 흉한 모습으로 장기간 세워져 있다. /이시라기자

무단 방치차량으로 도심이 멍들고 있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주차난 가중, 행정력 낭비, 범죄 악용 등 각종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어 근절 대책이 시급하다.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LPG 충전소 인근 도로가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타이어의 바람이 빠진 SUV차량이 버려져 있다. 갓길에 방치된 이 차 안에는 가방과 옷가지 등의 개인용품이 가득 차 있었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은 지 오래된 듯했다. 심지어 이 차량은 번호판도 없었고, 앞유리에는 포항시가 붙여 놓은 체납 경고장이 붙어있다. 인근인 북구 장량로 한 교회 근처 길가에도 버려진 차량이 발견되는 등 시가지 주요 도로가를 비롯해 공공주차장, 주택가 공터 등 포항시가지 곳곳에서 무단방치 차량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5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역에 이처럼 버려진 것으로 집계된 차량은 매년 수백 대에 달한다. 포항지역 무단 방치차량은 지난 2016년 361대를 기록한 뒤 지난해 269대로 집계됐다. 올해는 11월 초 현재까지 146대가 방치돼 있다. 이 차량 대부분은 합법적인 명의이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점유·거래돼 실제 운전자와 등록상 운전자의 명의가 아닌 일명 ‘대포차’이거나, 체납액과 각종 과태료가 불어나 차주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버려진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무단으로 방치된 자동차가 범죄에 악용되거나, 청소년들의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포항 시민 이모(30·여)씨 “어두울 때 방치된 차량 인근을 지나다 보면 무언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무서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영화를 보면 대포차처럼 주인 없는 차를 범죄에 이용하곤 하던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방송을 하는 한 학생이 야구배트 등으로 방치된 차량을 마구 부수는 영상이 인터넷에 떠도는 등의 문제도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무단방치 자동차는 포항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넘쳐나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적으로 무단방치 자동차 적발건수는 무려 19만 4천91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매년 그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국도 이 문제를 파악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해결이 쉽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가 차주에게 경고장 및 과태료를 통보하려 해도 소유주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차를 견인해 폐차하려고 해도 개인 사유재산인 차량을 행정기관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처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나마 행정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석 달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등 제도적 문제를 안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버려진 차량의 주인을 찾는 것에도 시간이 걸리지만 찾았다고 해도 차주가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시민들의 불편을 인지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무등록 자동차와 대포차는 범죄에 이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량 소유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납세의 의무를 저버리게 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강력한 처벌 규정 마련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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