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 대구FC가 구단의 역사를 새로이 썼다. 올 초까지만 해도 K리그 변방에 머물렀던 대구FC가 기적같이 반등해 FA컵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지난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서 대구FC는 울산 현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2년 한국 최초의 시민구단으로 창단한 대구FC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16년만에 맞는 감격의 기쁨이었다. 대구FC는 이번 우승으로 차기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에도 진출하게 됐다.

특히 대구FC가 창단 이후 16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대구스타디움에서 마지막 경기를 벌이며 우승을 차지한 것도 특별해 보였다. 대구FC는 내년 시즌부터는 대구시 북구 고성동 옛 시민운동장 터인 포레스트 아레나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된다. 대구FC의 이번 우승은 이런 점에서 유종의 미의 의미도 있다할 것이다.

대구FC의 우승은 대기업 지원의 다른 프로팀과는 감동의 느낌이 다르다. 시민구단으로 출발한 점이 그런 것이다. 2002년 월드컵 열기에 힘입어 많은 구단이 만들어졌지만 대구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시민구단으로 출발했던 것이다. 전국 최초다. 구단 운영 16년 동안 재정적 후원이 쉽지 않았음은 물론이요, 열악한 환경으로 선수 스카우트조차 쉽지 않았다.

2006년 4강 진출이 최상의 성적이었던 대구FC는 한때 2부 강등과 최악의 관중 동원이란 수모를 겪는 아픔도 있었다.

그러던 중 올해 개최된 러시라 월드컵에서 대구FC 소속의 조현우 선수가 스타로 뜨면서 분위기가 많이 반전됐다. 무엇보다 시민구단답게 시민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되기 시작했다.

대구FC 스포터스는 물론이고 대구FC를 명문구단으로 키우자며 재정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대구FC 엔젤클럽 등의 성원이 선수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물론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린 노력의 대가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시민구단인 대구FC의 우승은 250만 대구시민에겐 청량제와같은 시원한 소식이었다. 결승전이 열리던 날 대구스타디움에는 1만8천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 대구팀을 응원했다. 올 시즌 통틀어 최다 관중을 기록한 이날 경기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선수와 시민이 함께 한 감격의 시간이었다.

이날 우승 소식은 경제 등 여러 면에서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해하던 대구시민에게 뭔가 잘 될 것같은 희망을 준 낭보였다. 시민들이 힘을 모아준 결과이기 때문이다. 대구FC 조광래 대표는 “FA컵 우승은 대구시민과 대구FC 선수들이 함께 이뤄낸 쾌거”라 했다. 이번 대구FC의 우승은 대구시민의 자부심을 치켜세운 자랑스런 승리라 할만하다. 대구FC의 우승을 대구시민과 함께 자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