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bR>숙명여대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정치학 박사

12월은 평가의 달이다. 학교는 수행평가로 대학은 학점으로, 기업은 인사고과로 그간의 활동을 평가한다. 대학 수업의 평가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연세대는 2019학년도부터 상대평가를 폐지한다고 한다. 성균관대도 2020년부터 의과대학 교육에 인성기반 절대평가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학에 와서 협력을 가치로 강조하면서도 평가는 여전히 경쟁하도록 하는 상대평가 제도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과연 교육적인 목적을 달성하는데 지금의 평가제도가 의미가 있는지, 학생들의 대학생활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좋은 의사가 되는데 실제 도움이 되는 평가인지, 질문을 던진 결과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 지난 주 참여했던 여러 자리에서 다시금 ‘평가’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난 8일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주최한 교양교육 컨설턴트 연수에 참석하였다. 대학 교양교육을 견인하기 위해 그동안 해 온 심화컨설팅과 사후모니터링 과정을 돌아보며 교양교육을 위한 평가도구 개발과 인증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인 ACE사업에서 지원 대학을 선정할 때 전공 영역보다 교양 분야에 더 배점을 두었기에 각 대학이‘잘 가르치는 대학’을 표방하며 교양교육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 외형적으로 교양교육이 자리잡고 확산되는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교양교육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앞으로 대학평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두고 열띤 토론이 있었다.

9일은 한국작문학회와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가 주최한 공동학술대회에 토론자로 참가한 덕분에 평가와 피드백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서울대에서 ‘사회과학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발표자는 학생들의 노력을 반영하여 발전 정도를 평가하려면 절대평가 방식이 적합하다고 하였다. 글을 처음부터 잘 쓰는 학생이 높은 학점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글의 완성도를 위해 피드백을 수용하고 노력한 과정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피드백과 연계된 평가는 학생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다.

교육 현장에서 평가는 단순히 성적을 매기는 도구가 아니다. 학생들의 수준을 체크하고 잠재능력을 발견하는 지도의 기초로 활용된다. 교육 목표에 따른 성취기준과 학생의 학습수준을 평가해 세심한 피드백으로 연결하는 것이 평가의 교육적 의미다. 조셉 포크먼은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면 학습이나 자기계발은 절대 기대할 수 없다”며 “작은 피드백의 위대한 힘”을 강조하였다. 결과로서 아웃풋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취도를 이전과 이후로 비교하여 살펴봄으로써 변화와 성장을 독려하는 평가가 되어야 한다. 또한 밖에 있는 타자의 평가만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자신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먼저 발견하도록 이끄는 평가여야 한다.

평가는 무엇보다 공정성과 신뢰성, 타당성을 확보해야 결과에 이의가 없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정답이 있는 객관적인 평가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평가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정치세계도 마찬가지다. 정치철학과 입장에 따라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천양지차다. 정치는 선거결과로 평가된다. 또한 국정수행 지지율과 여론조사를 통해 수시로 평가받고 피드백을 얻는다. 평가는 기본적으로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이다. 그런 점에서 국정목표에 맞추어 노력하는 과정이 평가되어야 한다. 단 한 번의 채점으로 평가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내년 예산안이 통과된 시점에,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가 지금보다 나은 평가를 받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