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곁에 머물며

나는 참으로

외롭고 행복하였다

그대가 아직

부성한 잎사귀일 때

모르는 척, 먼 산 보듯

애태우던 행복

마침내 불같은 한 송이

꽃이 되었을 때

나의 외로움은 깊어

문득 저기 홀로 걸어가야 할

길로 이어짐을 알았다

청춘의 시절 한 때 같은 문학모임에서 서정성 높은 시편들을 세상에 내놓으며 활동했던 시인은 지역의 여성운동에 투신하며 문학판을 떠났다. 시인이 말하는 외로움과 꽃과 행복은 무얼까. 모든 존재는 생래적으로 외로움을 안고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무성한 잎과 꽃을 피우는 청춘의 시간들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고, 그 외로움이 행복이었다고 말하며 깊이, 간절히 외로움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시인의 마음 한 페이지를 읽을 수 있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