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고문
장규열 고문

역사 속 민중은 어리석기도 하였다. ‘우민(愚民)’은 위정자에게 늘 속기만 하고 살았던 백성의 부끄러운 이름이었다. 교육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깨우치고 민주의식의 전개는 국민들의 인식 수준을 바꾸어 놓았다.

한두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기만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집단지성센터(Center for Collective Intelligence)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연결되어 공통된 지향점을 가지고 사고(思考)를 이어갈 때 개인이 생각하여 결정할 때보다 뛰어난 이성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어놓고 있다.

총선이 코 앞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제도에 있어 국민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할 기회이다. 집단지성의 두 가지 기본조건인 ‘여러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지성을 발휘하여 국정의 흐름을 놓고 지역의 대표를 결정하면서 나라 살림의 전반적인 방향을 결정하는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정치학자 렉스 폴슨(Lex Paulson)은 동물들 가운데 그리 강하지 못한 인간이 가장 탁월하게 발달한 데에는 ‘사회적으로 작동하는 집단행동적 두뇌’가 열쇠였다고 밝혔다.

인간은 집단적으로 지식을 축적하고 사회적으로 학습할뿐 아니라, 습득한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습성으로 대자연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꼭대기에 올라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사회의 규모가 커갈수록 중앙집권적인 권력은 부패하게 되어있음을 알게 되어 정치제도로서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하여 집단지성이 효율적으로 나타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였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사회의 규모가 팽창하고 기능이 복잡해질수록 집단지성은 더 나은 의사결정의 기본요소가 되어간다고 하였다.

개인으로서 국민이 집단지성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방법은 선거와 투표가 아닌가. 선거에 임하여 선거의 구도와 표방하는 정책, 후보의 면면을 살피고 사회가 처한 현실을 돌아보면서 시대정신을 참고하고 전달되는 메시지를 헤아려 투표 의사를 결정하는 개인적인 과정을 물론 거친다. 개인이 던진 표들이 집적되어 선거의 결과를 확인하면서 사회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이 지향하는 방향을 걸정하게 된다. 선거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결과를 받아들여 제도로서 민주주의를 굴러가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므로 복잡하지만 국민이라는 거대한 집단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로서는 매우 훌륭하다. 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서도 상당히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개인의 투표의사가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 해도 집단의 최종 의사를 확인하면서 모두가 수긍하는 결과물을 낳는다는 의미에서도 탁월한 의사결정 방식이다. 문제는 국민의 참여의식이다. 참여 여부도 물론 개인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인 과제에 함께하는 의미가 적지 않음을 자각해야 하지 않을까. 개인은 사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살지만 공적인 책임으로서 사회적 지향성을 함께 고민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했으면 한다. 총선이 공정하고 유익한 결과를 빚어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