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자신의 사저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합을 강조했다. 이제 열흘 정도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 국민의힘 판세와 관련한 위기감에서 나온 말로 보인다. 유영하 변호사의 전언에 의하면, 박 전 대통령은 “서해수호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두 분이 만난 것을 언론을 통해 봤다. 이럴 때일수록 위기에서 뜻을 모아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념식 장면을 TV를 통해 본 사람들은 대부분 느꼈겠지만,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어깨를 치며 격려 인사는 건넸지만 냉랭한 분위기는 감추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단합을 특히 강조한 것은 지난 2016년 여권의 ‘옥새파동’으로 당시 새누리당이 다 이긴 선거를 지고, 자신은 탄핵까지 당한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과 한 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중점 거론된 이슈가 ‘의대증원 문제’라는 점은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아마 선거막판 총선정국이 정권심판론 쪽으로 흐르는 주된 이유가 의료대란으로 인한 사회혼란 때문이고, 이에 대한 대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는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27일 현재 총선 판세는 민주당의 우세쪽으로 기울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이 양대 정당을 앞선다는 조사도 나온다. ‘범야권 200석’이라는 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163석)와 비례위성정당을 통해 모두 180석을 얻어 입법권을 그들의 입맛대로 행사했다. 만약 예상대로 범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석 3분의 2인 200석 이상을 확보하면 대한민국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대표가 장악하게 된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 추진도 가능해 사회가 극도로 혼란해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만나 윤 대통령과의 단합을 강조한 것은 만약 의료대란 해법 등을 둘러싸고 두 사람이 또다시 부딪히면 총선 승리는 물 건너간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