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 `공조`서 北 범죄 조직 리더役… 정통 악역 첫 도전

`공조`는 현빈과 유해진이 투톱 주연인 영화다. 그러나 현빈과 유해진을 보러 갔다가 의외로 김주혁(45)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도 많다.

김주혁은 `공조`에서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 리더 차기성 역을 맡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조국과 동료를 배신할 만큼 차갑고 강한 욕망을 지닌 인물이다.

그동안 `싱글즈`(2003), `아내가 결혼했다`(2008) 등 주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인간적이고 따뜻한 매력을 선보인 김주혁이 처음으로 맡은 정통 악역이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주혁은 “차기성이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대로 움직이는 인물로 해석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비록 악역이지만, 신념이 강하고 주관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김주혁과 차기성은 닮은 듯했다.

“저는 저 자신을 포장하는 일을 잘 못 합니다. 그게 제 단점이죠. 가식을 떨거나 허세를 부리는 것도 싫어합니다. 자존심이 너무 세서 남한테 아부하는 것은 죽어도 못하죠. 그래서 오해도 많이 받았죠. 힘들어도 절대 내색하지 않고 혼자 삭이는 스타일입니다. 혈액형이 A형이라서 그런가….”

그런 성격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도 그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김주혁은 2013년 12월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에 합류해 2년간 `구탱이 형`으로 사랑을 받다가 2년만인 2015년 12월 자진 하차했다.

“첫회부터 끝날 때까지 다른 멤버들에게 민폐를 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른 멤버들을 제가 잘 받쳐줘야 하는데, 제가 예능감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묻어가는 느낌이 들었죠.”

김주혁은 자신을 낮췄지만, 사실 그는 영화 촬영현장 등에서 끊임없이 유쾌한 수다와 농담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박2일` 멤버들이 아직도 회식 때마다 그를 찾는 이유다. 김주혁은 최근 `1박2일` 녹화에도 깜짝 참여했다.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주혁은 올해 19년 차의 중견 배우다. 세월의 무게만큼 그의 연기관도 한층 단단해지고 뚜렷해진 듯했다.

“저는 `왜 나는 일이 없지?`, `왜 나에게는 기회가 안 오지?`라고 말하는 후배들이 제일 한심합니다. 그런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고민하고 준비를 해야 기회가 온다고 말하죠. 연기에 대한 열정은 체력에서 나오니까, 체력을 키워서 열정을 잃지 않도록 하고, 배우로서 감성을 유지하도록 항상 훈련하라고 조언합니다.”

감성은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배우들에게는 이상한 버릇이 있어요.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그 당시 감정을 기억하려는 버릇이 있죠. 예컨대, 저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이런 느낌이 드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조문 온 사람들을 보면서 `감정을 저렇게 표현하는구나`라고 느꼈죠.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할까요. 그러다 보면 나중에 연기할 때 당시 감정이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기억이 잘 안 나더라고요. 대신에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려고요.”

김주혁은 “연기자이든, 운동선수이든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힘을 빼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것 같다”고 했다. 배우가 자신을 내려놓고 연기하되, 확신을 갖고 연기할 때 관객이나 시청자들도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혁은 얼마 전 17살 연하인 배우 이유영(28)과 열애 사실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저는 사실 이벤트는 물론이고 살가운 말도 잘 못 하는 성격이에요.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많이 출연했지만, 로맨틱과는 거리가 멉니다. (올해 결혼계획이요?) 글쎄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제가 요즘 혼자 사는 데요. 올해는 우선 홀로서기를 잘하는 게 목표입니다.” /연합뉴스